영화 후기, 원작과는 다른 한국형 늑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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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랑> 후기, 원작과는 다른 한국형 늑대 인간

최고관리자 2 1486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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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수요일 개봉 예정인 영화 <인랑>을 시사회를 통해 먼저 감상했다. 상영 후, 김지운 감독의 GV가 이어져, 작품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었다.
김지운이 그린 인간 늑대는, 원작과는 다르다!

<인랑>은 원작 <견량전설>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SF영화다. 나는, 원작을 보지는 못했지만 감독의 GV를 통해 이번 작품 속 주인공이 원작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인공 임중경(인랑)은 인간의 탈을 쓴 늑대이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만이 지닌 감정선이라는 것을 지닌 캐릭터다.

원작의 인랑이, 조직에서의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린, 그저 조직의 명령을 따르고 인간성이 없는 캐릭터였다면, 김지운의 인랑은 인정이 있는 캐릭터라는 것. 그리하여, 곧 만나 볼 실사의 <인랑>에서는 트라우마로 인한 괴로움을 겪는, 사랑에 마음이 흔들리는 인간 늑대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인랑>, 어떤 이야기를 그리나?

일본 감독이 그려낸 원작을 우리나라에 걸맞게 재구성한 <인랑>은, 2029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택했다. 남북 정부가 통일준비 5개_년 계획을 선포한 후,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등의 강대국의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생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 처한다. 이 틈을 타,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고,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경찰 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새로운 권력 기관으로 부상하게 된다. 한편, 또 다른 권력의 핵심 기관 '공안부'가 특기대 말살 음모를 꾸며, 둘은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된다. 영화는, 이 조직들의 쫓고 쫓기는, 속고 속이는 과정을 담아낸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형 인랑에게는 인정이 있다. 그렇기에, '이용되는' 코드 역시 인간의 정서다. 임중경을 곤경에 빠뜨리게 만드는 데 이용된 것은, 트라우마와 로맨스다. 과거, 조직의 명령을 따르다 죄 없는 여고생들에 총질을 했고, 섹트의 폭탄 운반조인 '빨간 망토' 소녀의 마지막을 본 임중경에게는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다. 소녀의 유품을 언니에게 전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이윤희에게 애정을 느껴가는 것 또한, 인간이 지닌 자연스러운 정서이다. 이렇게 임중경은, 머리와 심장이 흔들리면서 단순히 인간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닌 '진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GV를 통해, 감독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자신만의 세계를 조합해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을 따르는 것들도 있고, 거기에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메시지를 추가한 것이다. 영화는, 감독의 철학, 세계관에 담겨있기 마련이다. 감독 김지운이 <인랑>에서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점은 '다양한 조직들을 거치며 진짜 자아를 찾아가는 인간'이라고 밝혔다.
 


주인공 임중경은, 자신이 속한 특기대와 반대 세력 섹트, 그리고 공안부라는 조직을 거쳐(대결해)나간다. 강화복을 입고 눈에 붉은 빛을 내뿜는 특기대에 속한 그는, 대장 장진태의 명령에 불복할 수 없는 캐릭터다. 한편, 섹트의 대표주자였지만 지금은 공안부와 손을 잡은 이윤희와도 복잡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과거, 특기대로 함께 활동했지만 지금은 적이 된 공안부의 한상우와도 옛 우정과 현 대립의 반전된 관계망에 놓여있다.

이렇게 임중경은, 아버지와 같은 장진태, 사랑과 적 그 중간에 놓인 이윤희, 우정을 나눴던 옛 동료이지만 지금은 처치해야만 하는 적이 되어버린 한상우라는 다양한 조직의 핵심 인물들과의 갈등을 거친다. 결국, 임중경은 인생의 짐과 같은 강화복의 무게를 버텨나간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진짜 자아'를 찾아나간다. 조직의 압박에 의한 수동적인 임무 수행이 아닌,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이 그것을 말해준다.
 


임중경이 외압에 의해 비인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표본이라 볼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어떠한 집단(조직)에 속하기를 갈망하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감독은, SNS를 예로 들며, 개인의 삶을 표출하고자 하지만, 그와 동시에 비슷한 취향(성향)의 집단 내에 속하기를 바라는 조직(공동체) 구성원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인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결코 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속했던 조직이 사라진 경우엔, 또 다른 조직에 속해 저마다의 역할을 해나간다. 이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인 듯 하다. 아무리 막강한 인랑도 그런 생활을 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개인적인 동시에 집단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인랑>. 볼 만한가?

우선, 러닝타임이 135분이나 돼 관람 전에는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진들, 그리고 적잖은 기대감이 있었던 영화다. 다행히, 다소 긴 러닝타임에 비해 지루할 틈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광화문 시위 및 지하도에서 펼쳐지는 대결 신, 그리고 맨몸으로 부딪친 배우들의 액션 신은 SF 액션물이라는 장르적 힘을 배신하지 않았다. 액션에 있어서는 흠 잡기 어렵고, CG 면에서도 이질감 없는 비주얼을 선보였다.
 


워낙 '미장센에 강한', 비주얼리스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지라, 배경의 비주얼뿐 아니라 배우들의 비주얼이 주는 흡족함 역시, 이 영화를 언급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주요 요소다.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최민호. 그저 바라만 봐도 훈훈한 비주얼이다. 키도 훤칠, 인물도 환한 그들은 연기도 잘 한다. 총질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열일하는 미모들 덕분에 감상의 재미가 있었다. 감독 역시, 원작 애니메이션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만화 같은 비주얼의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구미경 역을 맡은 한예리의 연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신 스틸러'적 면모!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건, 스토리일 것이다. 전체적인 골자는 기존에 봐왔던 맥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조직의 명령을 수행하는 인물과 그가 감내해야만 하는 온갖 심신의 고통들의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큰 활약을 하는 팜므파탈적 인물과의 로맨스. 어쩌면 이 맥락은 김지운 감독의 대표작 <달콤한 인생>의 느와르와 서로 속고 속이는 밀도 높은 역사 액션물 <밀정>을 혼합으로도 볼 수 있겠다. 하여, 감독의 팬이라면 그를 믿고 영화관으로 향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첫 SF작 시도라는 것,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융합해 변주를 시도한 것 등이 의의가 있다. 


영화의 중요한 상징이자 모티브가 된 이야기는 '빨간 모자를 쓴 소녀'이다. 감독은, 이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자신이 선택한 것은 프랑스 버전이라 밝혔다. 여느 작품들보다 음울한 면이, 이 영화에 걸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의 희생(죽음)에 대해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한 빨간 모자를 쓴 소녀의 억울하고도 애잔한 이야기.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캐릭터 영상]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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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아티스트 2018.09.26 08:07  
인랑 궁금햇던 영화 였는데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유객주 2018.10.04 20:42  
아직도 영화의 내용이 이해가 않가는 영화입니다.한효주,정우성,강동원이 나온다는것 외엔 아무것도 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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